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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의 경계를 모르는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클루리스>후기_여기가 패션 맛집!

by Comms. 2020. 7. 17.

깔별로 메리제인 슈즈 갖고 싶다.


<클루리스(Clueless, 1995)> 

 

 

여기가 패션 맛집!
덤으로 <앤트맨>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

기대도 안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별로. 
'만듦새'를 논하기에는 구멍이 상당히 많은 영화

 



clueless의 의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아주 멍청한, ~을 할 줄 모르는'의 뜻으로 나온다. 이 영화의 제목으로 삼기에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닐까 싶고, '철없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영화 속 주인공의 성격을 제대로 담아낸다고 할만하다.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를 찾다가 고르게 된 영화인데, 영화내내 여주인공의 얼굴과 옷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그 두 가지 재미 빼곤 남는 게 없다. 

 


주인공의 성격은 한국이라면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의 소리를 자주 들을법하게 자기 의견과 주장을 끊임없이 내뱉는 스타일이다. 토론 수업에서도 준비는 딱히 안 해오지만 임기응변으로 말을 내뱉고는 스스로 뿌듯해하곤 한다. 

얼핏 보기엔 소위 '쎈캐'인가 싶다가 가만 보면, 그저 철이 없을 뿐이다. 운전면허 시험에서는 사람을 칠뻔한 상황이었는데도,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거나, 촌스런 외양의 학생이 전학을 오자 눈을 번뜩이며 다가가서는 친해지며 외모를 꾸며주기도 한다. 성적표를 확인하고는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성적을 올려달라 하기도 한다. 대쪽같이 거절하는 한 선생님에게는 연애를 시작하게끔 일을 꾸미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퍽 귀엽기도 하다. 

 


영화의 아쉬운 점은 한 둘이 아닌데, 모든 전개가 급전개에다가 부자연스러움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고민과 열정이 담긴 창작물일텐데, 정말 생각 없이 만든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서 논리를 쌓아가려는 고민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 속 이야기의 반전이 시작되는 지점은 전학생인 타이가 쇼핑몰에서 떨어질뻔한 얘기로 다른 학생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도움으로 외모 개선이 되자마자 다른 이들의 관심이 생기는 걸로 그렸다면, 쉬운 방식의 전개이긴 해도 차라리 그러려니 할 수 있었을 텐데 생뚱맞은 타이밍에, 생뚱맞은 일을 계기로 갑자기 점프한 듯한 전개에 당황스러웠다. 여기에 더해서, 여주인공은 본인이 괴물을 만든 것 같다며 자아반성과 함께 선생님을 돕고, 좋은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의도인지 알 것 같지만, 뜬끔없는 변화로 느껴졌다. 

타이가 주인공을 찾아가 주인공의 의붓오빠인 조쉬에게 호감이 간다는 내용을 말하다가 "넌 운전도 못하는 데다가 처녀잖아."라는 말을 하는 장면도 너무 이상하다. 타이입장에서 본인이 잘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표현해주기 위한 의도를 가진 장면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다리 놔달라고 부탁하는 상태에서 나올만한 대사는 절대 아닌듯하다. 또한, 이 씬을 계기로 여주인공은 급격한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본인도 의붓오빠이자 (대략 25년 후 앤트맨이 되는)조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응? 이것도 굉장한 급전개. 

영화를 보는 내내 으레 하이틴 무비라면 멋진 남주인공이 등장해서 연애라인을 형성해야할텐데, 영화 보면서 '이건 뭘 보여주려는 영화인 걸까', '연애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닌 건가' 싶었다. 그렇다. 초반 조쉬(aka앤트맨)의 등장에도 나는 그를 남주인공 후보에서는 당연히 배제해놓고 봤던 것이다. 그 상태에서 등장한 뉴페이스이자 새로운 전학생인 크리스찬은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심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10대가 맞나 싶을 정도의 느끼함과 딱 봐도 게이 같았는데 게이가 또 맞았다. 이 상황에 남는 사람은 여주인공의 의붓오빠인 조쉬뿐이다. 설마 했는데 사람 제대로 잡았다. '설마 둘이 연결되려나? 아니 그래도 의붓남매인데?' 싶은 생각을 이 영화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 나름 그래도 수년간 미드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미국의 문화를 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의붓남매의 연애가 저렇게 아무런 내적 갈등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정말로 궁금하다. 말 그대로 컬처쇼크가 아닐 수 없다. 

소위 '하이틴 무비'라고 일컬어지는 장르의 느낌이라서 굉장히 밝은 톤의 영화인데, 여주인공도 그 상대도 고민하나 없이 갑자기 꽁냥 대더니, 갑자기 뽀뽀하더니, 엔딩에서는 공개연애를 하는 것도 알 수 있다. 당황스럽다. 

사실 영화내내 뭘 그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주인공의 성장영화라고 하기에도 약하고, 인기 있는 여주인공이 외로움을 느끼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이것도 약하다. 그 요소들이 조금씩 반영돼있는 건 맞지만 너무 미흡하다.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장르들에 대개 퀄리티를 기대 안 하고 보긴 하지만, 간만에 정말 대충 만든듯한 심한 작품을 봤다. 


 

알리시아 실버스톤(주인공, 셰어)
처음보는 배우인데, 정말 정말 예쁘다. 전형적인 미인 스타일 아닌가 싶다. 영화 속 연출의 무게는 그녀의 의상에만 치중된 건지 확실히 보는 맛이 있었다. 다른 거 다 차치하고, 이 영화를 패션 맛집으로 인정한다. 

폴 러드(남주인공, 조쉬)

영화보기 전 인터넷 후기에 '앤트맨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봤는데, 대략 25년이나 흘렀는데도 지금과 똑같다. 굉장히 젊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리즈시절이라... 원래부터 그냥 내 스타일의 배우는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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