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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의 경계를 모르는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후기_<1917>, <덩케르크>같은 체험적 영화를 찾는다면 꽤 적절한 선택지

by Comms. 2020. 7. 27.


<레버넌트(The Revenant, 2015)>

 

19세기 모피 회사에 고용된 사냥꾼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의 공격을 받아 생명의 위기를 겪게 된다.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그런 글래스가 짐스럽게 느껴져, 그를 죽이려 한다. 그에 저항하는 글래스의 아들 호크도 죽이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글래스를 땅에 버린 채 길을 떠난다. 글래스는 피츠제럴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생존의 사투를 벌인다. 

 

 


 

<레버넌트>네이버 평점


영화를 보기전 관객 평점, 전문가 평점을 잠깐씩 살피곤 한다. 나만의 기준점이 있는데, 살짝 보니 전문가 평점은 높은 편이나 관람객 평점은 딱히 높지 않은 걸 보며 작품성은 있으나 호불호가 갈리거나 지루할 거라 살며시 예상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제발 내 취향에 맞길 바라면서. 

다행히 영화는 꽤 재밌었다. 예고편과 대략 10분 정도의 오프닝시퀀스부터 강하게 치고 나오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커졌다. 그리고 관객을 끌고 나가는 데 성공하냐 실패하냐의 지점에서 관객의 평이 쫙쫙 갈린 듯하다. 영화를 본 뒤, 네이버 평점을 살피는데 이렇게까지 호불호가 갈린 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영화의 내용은 제목만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간단하다. '아들의 복수를 위한 생존의 여정'으로 줄일 수 있을 듯하다. 거창한 스토리없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별거 없는 얘기(?)로 이렇게 만드는 게 연출이지!!' 하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그에 관한 방식이 더 중요한데 이 영화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들의 평도 갈리는 듯하다. 몰입에 성공한 사람들은 쾌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수면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 동의하는 바이다. 평론가들의 평을 대충 살펴봐도 그 의견이 갈리는 걸 볼 수 있는데, 비판적 관점을 갖고 있는 평에도 납득이 확확 간달까.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보는 내내 '대체 이건 뭔 상황이냐'라는 의문을 떠올렸다. 영화가 어떤 시간의 흐름에서 한 시점을 포착해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이지 앞뒤 다 자르고 한 지점만 집중해서 보여준다. 배경 설명조차도 상당히 부실하고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원주민들과 백인간의 모피 무역이 시작되던 때이고, 그런 과정에서 원주민과 백인간의 사이에서 혼혈 자식들이 태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사실 '자신을 버리고간 동료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은 맞지만, 혼혈 가정의 얘기를 끌어와 기획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알게 되자, 디카프리오랑 닮은 구석 하나 없어 보이던 아들 역할은 정말이지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마구 들고(혼혈이라기에는 너무도 그냥 원주민같아 보였다), '부성애를 기반으로 한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 대신에 실화를 그대로 살려서 자신을 버린 동료에 대한 분노와 증오, 홀로 남은 공포감 등에 더 집중하고 더 몰아붙여서 분노심을 기반으로 한 생존 과정 등에 더 치중했으면 어땠을까도 궁금해졌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작품은 사람들의 짖궂은 염원과 다르게 디카프리오의 손에 오스카상을 쥐어준 작품이다. 보는 내내 '이게 정말 배우지'싶은 생각을 계속했다. 영화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동선에 따라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고, 카메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자괴감을 이기고, 자기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배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 역할이고, 몰입이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가끔 인터뷰 같은 거 하면서 '망가졌네 어쨌네'하면서 엄살 좀 안 부렸으면 좋겠다. 이병헌이나 디카프리오 작품 보면 절로 숙연해질 듯. 


영화 내내 고생을 있는대로 했을 그이지만, 특히나 맘에 들었던 장면은 살아 돌아와 동료들 앞에 모습을 보이고, 돔널 글리슨과 마주 앉아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인상 깊었다. 정말이지 본인에게는 남은 게 없는 듯한, 인간의 말을 전하기 위한 목소리라기보다는 동물의 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톰 하디


톰 하디라는 걸 몰랐으면, 꽤 오랜 시간 어떤 배우인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영화 보려고 마음 먹기 전까지 톰 하디가 출연한 줄조차 몰랐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작품 자체의 호불호에 관한 평이나 디카프리오의 연기만 회자되는데, 톰 하디 칭찬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역이 힘 있게 받아줬기에 디카프리오의 역할이 잘 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극 중 캐릭터와 딱 닮은 거친 목소리와 말투를 구사하는데 (아마도) 텍사스 혹은 남부 출신의 사투리를 잘 구사해낸 듯하다. 

 


음악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 진짜 잘 썼다며 만족스러워 했는데, 엔딩크레딧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겨울 배경에 생존의 사투를 다룬다는 점 때문인지 <남한산성>이 계속 생각났는데, 이 영화의 음악 역시도 그가 참여했다. 

 


<1917>, 체험적 영화


예고편을 볼 때부터 생각난 영화였는데, 영화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나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달까. 네이버 영화 제작노트에 보면 재밌는 내용을 찾을 수가 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촬영 전 이냐리투 감독과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아래처럼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1.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2.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않을 것 
 3. <버드맨>처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에 도전할 것 

출처:네이버 영화 <레버넌트>제작노트

1번의 경우 영화는 보는 것과 다르게 시간 흐름대로 촬영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대단하다 생각했다. 

2, 3번의 경우 <1917>과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1917>역시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을 진행했다. 이유는 카메라가 거의 360도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레버넌트>의 경우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시대적 원칙에 맞춰 햇빛과 불빛으로만 촬영을 했다고 한다. 


3번의 경우 '롱 샷'보다는 '롱 테이크'를 말하는 듯한데 <1917>의 경우 '원 컨티뉴어스 샷'이라는 개념과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던 게 생각났다. 

'체험적 영화'라는 측면에서 <1917>, <덩케르크>와 비교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해당 작품들의 몰입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레버넌트>도 꽤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스토리 측면 때문인지 살짝 아쉽다. 극강의 체험감을 선사하던지 이야기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좋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남한산성>과 <덩케르크>가 한 번씩 더 보고 싶어 진다. 

 

 

 


덧 1. 러닝타임 너무 길다. 재밌긴 한데, 한 20분 정도는 쳐내도 괜찮았을 듯싶다. 
덧 2. 이게 어떻게 15세 관람가인지 모르겠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적합하지 않을까. 
덧 3. 곰은 사람을 찢는거 아니었어...? 곰한테 당했는데 사람이 안죽기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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